경찰 ＂단 한줄만 쓰고 조사실에서 나갈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이슈타임)백민영 기자=경찰이 학교 폭력 서클을 수사하겠다며 고등학생 수십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나 학교측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일 오후 6시 경 경기 이천경찰서는 이천 A고교 학생 33명을 불러 교내 폭력서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달 관내 한 모텔방에서 고교생들이 술을 마시고 집기를 부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B고교 27명을 입건했다. 그 과정에서 "A고교에도 서클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조사를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A고교 학년별로 "짱"이라 불리는 학생 3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지난 19일 오후 학부모 입회 아래 조사하고 3명에게 "함께 다니는 학생들을 데리고 내일(20일)까지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말했다.

이들 3명을 포함한 총 33명의 학생은 다음날 경찰서로 자진 출두했다. 그들은 A4 용지 1장에 진술서를 작성한 뒤 귀가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해당학교의 부모나 학교측에 조사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전날(19일) 학생 3명의 부모와 학교측에 알린 뒤 조사를 했기 때문에 학교측도 20일 조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사안 자체가 입건 대상이 아닌 선도차원의 조사여서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예규(475호)에는 청소년에 대한 출석 요구나 조사 시 보호자 등에 연락을 해야 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여기에 일부 학생은 강압수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이천서의 한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범죄 혐의가 있는 사안이었다면, 추궁하다가 일부 그런(강압적인)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데 이번 일은 선도차원의 진술서만 받는 거라 진술을 강요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천경찰서장은 "일부 학생들은 "나는 서클과 관련없다"라는 단 한줄만 쓰고 조사실에서 나갈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며 "강압수사 주장이 제기된 만큼 사실관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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