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코로나19 팬데믹 ‘희생양’ 되나

강보선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9 1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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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옛말’, 시총 상위권에서 빠져
▲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1주기 온라인 추모관.(사진=롯데그룹 제공)

[프레스뉴스] 강보선 기자= 국내 대표기업 중의 하나로 꼽히는 롯데그룹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연말 결산 시가총액 30위 기업에서 롯데 계열사는 한 군데도 들지 못했고 그나마 롯데케미칼만이 30위권에 들었다. 한동안 요란했던 ‘형제의 난’을 승리로 이끌며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확립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옛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월 15일 종가 기준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2019년 말에 비해 8%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삼성·현대차·SK·LG 4대 시총 증가율 35~85%가량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0% 올랐고 현재 코스피가 3000을 넘는 등 국내 증시가 거침없는 활황세임을 고려하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1983년 롯데는 24개 계열사에 2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게 되었고 2000년대 들어 국내 5대 재벌로 발돋움하기에 이른다.

 

초기에는 일본롯데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었지만 지금은 한국롯데가 일본롯데를 압도한다.

2010년 들어 신격호 총괄회장의 노환으로 롯데에 경영 공백 우려가 커졌다.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2015년 들어 경영권을 둘러싼 두 아들 사이의 분쟁이 세간에 불거져 나왔으니 이른바 ‘롯데가 형제의 난’이다.

두 사람이 한 치 양보 없는 세 대결을 펼친 결과, 2019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 오른 신동빈 회장이 이후 한일 양국을 통틀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룹 내 주요 직책에서 밀려나 실권은 잃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완전히 밀려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일 양국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 때문이다.

먼저 양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하나로 엮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호텔롯데(또는 롯데호텔, 이하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최대주주이며 나머지 주요 지분을 일본롯데 투자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이 4.0%의 지분을 지닌 채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중이며 최대주주는 일본 광윤사로 28.1%, 다음으로 종업원 지주회사가 27.8%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문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고준샤, 光潤社) 대표이사이자 그 지분 50%+1표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형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 복귀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사를 설득할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다.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자신의 보유지분을 정리해 확보한 자금이 무려 93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 자금을 무기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재진입이나 동생의 지위 상실을 겨냥한 일본 내 소송전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동생에게는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에게도 이에 대항할 무기가 있는데 호텔롯데의 상장이 그것이다.

기업집단으로서 롯데는 2020년 1분기 말 현재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총 86개의 계열회사를 보유중이다. 그중 상장사는 10개사, 비상장사는 76개사인데 그룹의 핵심고리인 호텔롯데가 비상장사다.

만일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 그 결과 형의 지분을 줄인다면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는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간 롯데호텔은 이를 위한 기반 조성 작업을 치밀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호텔롯데의 주 매출원인 호텔과 면세점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이 일이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만 전년 대비 48% 감소했고 영업적자가 났다. 그밖에 호텔롯데는 자회사인 롯데렌탈의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도 세웠지만 같은 이유에서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롯데가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며 그룹의 성장과 경영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그야말로 비상한 수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순간 롯데가 마주한 가장 거대한 벽, 절체절명의 암초일 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인지, 연초 신년사에서 신동빈 회장은 “눈앞에 벽이 있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자”고 말했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Walls turned sideways are bridges)’는 인권 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롯데가 담대한 혁신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아니면 코로나19의 또다른 희생양이 될지, 재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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