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단명한다" 굿값으로 4억원 뜯어낸 무속인 '사기 무죄' 판결

김담희 / 기사승인 : 2016-08-16 09: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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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당한것이 아니라 심리적 위안을 위해 8년동안 무속행위에 동참했다"
굿값으로 8년동안 4억5000만원을 뜯어낸 무속인이 사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이슈타임)김대일 기자=굿을 안하면 둘째가 단명한다는 이유로 8년동안 굿값으로 4억5000만원을 뜯어낸 무속인의 행위가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단독(임지웅 판사)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내렸다.

임 판사는 무속인 A씨가 피해자 장씨에게 굿 비용으로 4억 5000여만원을 뜯은 혐의는 무죄로 판시했지만 A씨가 피해자 장씨에게 35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것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을 내렸다.

피해자 장씨는 지난 2006년에 지인으로부터 "굿을 하지 않으면 둘째아이가 단명할 것"이라는 무속인 A씨의 말을 전해들었다.

이에 A씨에게 연락한 장씨는 재차 "3년간 기도해 조상들의 원한을 풀지 않으면 아이가 단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2008년 장씨의 둘째 아들이 발작을 하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증세를 보였고 무속인 A씨는 계속해서 굿이나 기도를 권했다.

결국 장씨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굿값으로 148회에 걸쳐 4억5000여만원을 무속인 A씨에게 건넸다.

이후 장씨는 굿으로 인한 지출이 커지고 무속인의 권유로 사들였던 부동산 권리관계 등에 의심이 생기자 무속인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밖에 무속인 A씨는 지난 2014년 "딸의 가게 개업비용이 필요하다"며 장씨에게 3500만원을 빌린뒤 갚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과거 점집 신축공사 당시 빚진 돈을 "돌려막기"식으로 갚기 위해 장씨의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임 판사는 "무속인이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거나, 자신도 무속행위의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적극 기망했을 때에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또 "무속 실행은 결과의 달성보다는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임판사는 장씨가 무속인의 사기에 당한것이 아니라 심리적 위안을 위해 8년동안 무속행위에 동참했다고 봤다.

임 판사는 "무속인이 장 씨의 힘든 상황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해 무속행위를 해야 한다고 계속 권유했을 여지도 있지만, 장 씨 역시 아들의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지속적으로 무속 행위를 부탁하거나 제안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무속인이 받은 돈을 실제로 굿이나 기도 등을 드리는 등 물품구입비와 인건비 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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