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못할 세상' 경찰전화 보이스피싱 오해해 전화 끊어,어머니 애간장

김담희 / 기사승인 : 2016-04-11 23: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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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볼 뻔 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오인해
지난 7일 보이스피싱에 속은 어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들에게 경찰이 확인 전화를 걸었지만 되려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받는 일이 발생했다.[사진=연합뉴스]


(이슈타임)김현진 기자=아들을 납치했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송금하려던 어머니를 농협 직원과 경찰이 발견해 만류했지만 정작 사기를 입증해 줄 아들이 경찰의 전화를 보이스 피싱으로 오인해 전화를 끊는 바람에 어머니의 애간장을 태웠다.

지난 7일 오전 11시 30분쯤 충북 영동농협에 근무하는 A(42.여)씨는 예금을 인출하러 온 B(63.여)씨의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과 표정에 주의 깊게 지켜봤다.

얼굴이 잔뜩 상기되고 손까지 미세하게 떠는 모습이 무언가에 쫓기는 모습이었다.

예금 잔액 1600만원을 한꺼번에 모두 인출하려는 것도 수상했다.

A씨는 B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걸었지만 B씨는 "급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A씨가 차를 건네서 다시 말을 붙이자 "내가 맡긴 돈을 찾는데 왜 이리 더디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보이스 피싱을 확인한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영동경찰서 경찰관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했다.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B씨는 "시간이 없다. 빨리 돈을 내달라"고 다그치며 좀 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경찰이 오랜시간 설득한 결과 B씨로 부터 "아들이 사채 빛을 갚지 않아 붙잡아놨는데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아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걱정에 B씨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꼼짝없이 속은 것이다.

경찰은 B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들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번엔 아들 쪽이 문제였다.

"어머니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볼 뻔 했다"는 경찰관의 말을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한 아들이 몇 차례 전화를 끊더니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보호하고 있던 B씨이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내고 나서야 가까스로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기운을 차리지 못한채 아들 걱정을 하던 B씨도 한걸음에 달려온 아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A씨의 기지가 사기 피해는 막았지만 보이스 피싱이 판치면서 경찰조차 의심 받는 세상이 됐다"고 탄식했다.

영동 경찰서는 범죄를 예방한 A씨를 찾아가 감사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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