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교류도시 의료지원 20년 … 175명의 아이에게 건강한 내일 선물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말을 처음에는 믿지 못했어요. 지난해 같은 사업으로 수술을 받은 아이의 가족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서야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온 여섯 살 악졸(Akzhol)의 어머니 제엔꿀 씨(Zheenkul))는 아이가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악졸은 여섯 남매 중 막내이자 유일하게 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였다.
출생 직후 심실중격결손과 폐 질환을 발견했지만, 어린 나이와 가정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수술을 미뤄야 했다.
항공료부터 수술·입원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기 어려웠던 제엔꿀 씨는 지난해 이 사업으로 아이의 수술을 마친 가족에게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신이 우리 아이를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악졸을 바라보며 제엔꿀 씨는 당시의 벅찬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술을 마친 악졸은 전보다 잠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힘들어서 보채는 일도 줄었다.
제엔꿀 씨는 아이가 앞으로 수영선수를 꿈꿀 만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사업에 참여한 기관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으고 눈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함께 입국한 두 살 리낫(Rinat)은 팔로 사징후로 인해 손가락과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겪었다.
초청치료 대상자로 선정돼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에는 청색증이 사라지고 건강한 혈색을 되찾았다.
어머니 미르굴 씨는 “아이에게 새로운 심장과 새로운 기회를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며 “리낫이 건강하게 자라 통역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인천으로 데려온 20년의 의료지원
악졸과 리낫이 한국에서 수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인천시는 아시아 교류도시의 의료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도시 간 우호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7년 이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사업 출범 20년을 맞는 해다.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여정은 현지진료에서 시작된다.
의료진이 직접교류도시를 찾아 환자를 진료하고, 국내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를 인천으로 초청해 수술과 치료를 이어간다.
인천시는 환아와 보호자의 항공료, 국내 교통비 및 의료진 현지진료 비용 등을 지원하고, 의료기관은 수술·치료·입원비를 부담한다.
민간단체와 현지 협력기관은 대상자 발굴부터 입・출국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지난 20년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등 아시아 교류지역 환자 175명이 인천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이 현지를 찾아 진료한 인원도 6,792명에 이른다.
초청치료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어린이다.
제때 수술하면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지만, 현지 의료환경과 긴 수술 대기시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다.
현지진료부터 수술과 회복까지 함께
올해 첫 번째 의료지원사업의 대상지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다.
길병원 의료진은 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현지에서 심장질환 환아 55명을 진료한뒤, 질환의 중증도와 수술 후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환아 4명을 초청치료 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환아와 보호자, 현지 인솔자 등 9명은 7월 9일 입국해 가천대 길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인천시는 지난 27일 완치행사를 열어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격려했으며, 초청치료 일정을 마친 아이들은 7월 28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의 새 출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의료진 역시 이 사업의 가장 큰 가치는 '아이들의 변화'라고 말한다.
이번 수술을 담당한 최창휴 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국내 체류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아이의 상태와 수술 가능 여부, 수술 후 회복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초청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시와 의료기관,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과거 이 사업으로 수술받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가장 가슴이 뭉클하다”고 전했다.
치료에서 신뢰로 … 인천이 이어온 ‘사람 중심 도시외교’
20년 동안 사업이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공과 의료기관, 민간단체의 역할 분담이 있다.
인천시는 교류도시와의 협력 및 행정·재정적 지원을 맡고, 길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은 전문 의료진과 치료 역량을 제공한다.
밀알심장재단과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등 민간단체는 현지 환자 발굴과 후원을 통해 사업을 뒷받침한다.
이 같은 협력체계는 일회성 지원이나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과 삶을 매개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며,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지방외교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년 동안 이어진 의료지원은 175명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천과 아시아권 교류도시를 잇는 두터운 신뢰로 쌓여 ‘사람 중심 도시외교’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20년간 이어온 의료지원사업은 인도적 지원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생명의 가치를 나누는 ‘사람 중심의 도시외교’의 결실”이라며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곧 한 나라의 미래를 살리고 굳건한 연대의 뿌리를 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인천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역량과 민관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의료취약계층 지원을 지속·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국경을 넘어선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국제도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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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청 대상 환아가족과 의료진 단체사진 |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말을 처음에는 믿지 못했어요. 지난해 같은 사업으로 수술을 받은 아이의 가족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서야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온 여섯 살 악졸(Akzhol)의 어머니 제엔꿀 씨(Zheenkul))는 아이가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악졸은 여섯 남매 중 막내이자 유일하게 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였다.
출생 직후 심실중격결손과 폐 질환을 발견했지만, 어린 나이와 가정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수술을 미뤄야 했다.
항공료부터 수술·입원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기 어려웠던 제엔꿀 씨는 지난해 이 사업으로 아이의 수술을 마친 가족에게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신이 우리 아이를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악졸을 바라보며 제엔꿀 씨는 당시의 벅찬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술을 마친 악졸은 전보다 잠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힘들어서 보채는 일도 줄었다.
제엔꿀 씨는 아이가 앞으로 수영선수를 꿈꿀 만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사업에 참여한 기관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으고 눈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함께 입국한 두 살 리낫(Rinat)은 팔로 사징후로 인해 손가락과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겪었다.
초청치료 대상자로 선정돼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에는 청색증이 사라지고 건강한 혈색을 되찾았다.
어머니 미르굴 씨는 “아이에게 새로운 심장과 새로운 기회를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며 “리낫이 건강하게 자라 통역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인천으로 데려온 20년의 의료지원
악졸과 리낫이 한국에서 수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인천시는 아시아 교류도시의 의료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도시 간 우호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7년 이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사업 출범 20년을 맞는 해다.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여정은 현지진료에서 시작된다.
의료진이 직접교류도시를 찾아 환자를 진료하고, 국내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를 인천으로 초청해 수술과 치료를 이어간다.
인천시는 환아와 보호자의 항공료, 국내 교통비 및 의료진 현지진료 비용 등을 지원하고, 의료기관은 수술·치료·입원비를 부담한다.
민간단체와 현지 협력기관은 대상자 발굴부터 입・출국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지난 20년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등 아시아 교류지역 환자 175명이 인천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이 현지를 찾아 진료한 인원도 6,792명에 이른다.
초청치료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어린이다.
제때 수술하면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지만, 현지 의료환경과 긴 수술 대기시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다.
현지진료부터 수술과 회복까지 함께
올해 첫 번째 의료지원사업의 대상지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다.
길병원 의료진은 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현지에서 심장질환 환아 55명을 진료한뒤, 질환의 중증도와 수술 후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환아 4명을 초청치료 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환아와 보호자, 현지 인솔자 등 9명은 7월 9일 입국해 가천대 길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인천시는 지난 27일 완치행사를 열어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격려했으며, 초청치료 일정을 마친 아이들은 7월 28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의 새 출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의료진 역시 이 사업의 가장 큰 가치는 '아이들의 변화'라고 말한다.
이번 수술을 담당한 최창휴 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국내 체류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아이의 상태와 수술 가능 여부, 수술 후 회복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초청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시와 의료기관,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과거 이 사업으로 수술받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가장 가슴이 뭉클하다”고 전했다.
치료에서 신뢰로 … 인천이 이어온 ‘사람 중심 도시외교’
20년 동안 사업이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공과 의료기관, 민간단체의 역할 분담이 있다.
인천시는 교류도시와의 협력 및 행정·재정적 지원을 맡고, 길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은 전문 의료진과 치료 역량을 제공한다.
밀알심장재단과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등 민간단체는 현지 환자 발굴과 후원을 통해 사업을 뒷받침한다.
이 같은 협력체계는 일회성 지원이나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과 삶을 매개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며,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지방외교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년 동안 이어진 의료지원은 175명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천과 아시아권 교류도시를 잇는 두터운 신뢰로 쌓여 ‘사람 중심 도시외교’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20년간 이어온 의료지원사업은 인도적 지원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생명의 가치를 나누는 ‘사람 중심의 도시외교’의 결실”이라며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곧 한 나라의 미래를 살리고 굳건한 연대의 뿌리를 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인천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역량과 민관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의료취약계층 지원을 지속·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국경을 넘어선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국제도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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