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화장실 엿본 '기륭노조원 성희롱 사건', 항소심서 수치심 인정

서영웅 / 기사승인 : 2014-11-05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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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강제로 문을 열고 화장실 안의 여성을 엿본 '기륭전자 노조원 성희롱 사건'의 항소심에서 기륭노조원의 피해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부(부장 박관근)는 기륭전자 여성 노조원 박모(52)씨가 국가와 경찰관 김모(46)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박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10년 4월 회사 임원과 실랑이를 벌여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김씨가 자신을 성희롱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박씨는 경찰조사를 받던 중 여자 화장실에 갔는데 김씨가 문을 열어봤고 자신과 눈도 마주쳤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강제로 문을 열어 견딜 수 없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이 때문에 손발이 마비돼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오히려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년 6개월의 법정 공방 끝에 박씨는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당시 박씨가 받았을 성적 수치심도 인정했다.


박씨는 이를 토대로 국가와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과 상반되는 결론을 내놓았다.


1심 재판부는 "박씨가 당시 옷을 벗고 용변을 보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옷을 입은 채 전화를 하는 상태에서 경찰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약간 더 열었다고 해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2심 재판부는 "박씨가 화장실 안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김씨가 들여다 본 사실이 인정된다"며 "지극히 내밀한 공간인 화장실 문을 정당한 사유없이 연 행위 자체만으로도 당혹감을 넘어 상당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할 책무가 있는 경찰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며 "이로 인해 받았을 박씨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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